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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컴퍼니, 전시 아카이브
가상의 기업 'Paper Company'는 디지털 기반 작업이 가진 가볍고 무형적인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판화 기법을 거쳐 어떻게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탐색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홍익대학교 미술학관 내에 잊혀졌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꾸어, 다소 거칠고 어색한 구조마저 하나의 판형처럼 작동하는 실험의 장으로 사용한다.

이번 전시는 종이와 잉크에서 시작된 판화가 픽셀과 디지털 프로세스로 이어지며 어떻게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프린팅’이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관객과 함께 질문한다.

2025.9.8(월) ~ 2025.9.14(월)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익대학교 미술학관 703.5호
전아현, 김예성, 이효성, 안동권, 김민재, 최원지, 신예빈

전아현 | To. Printer
1930년대, 프린터기가 등장한 이후 지금도 실시간으로 새로운 프린팅 기술이 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프레스기’는 한층 더 구시대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프린터기와 프레스기는 작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함께하는 동업자로서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프린터기, 프레스기와 함께 이미지를 찍어내지만, 
세 인물이 공들여 제작한 작품은 돌 위에 찍힘으로써, 비석이 되어 이 모든 프린트가 역사로 남게 될 것을 암시한다.

김예성 | f x f
본 작업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동시대의 혼란을 기록하려는 시도이다.

불의 발견과 같은 가능성과 예술의 종말이라는 공포가 공존하는 지금, 사회의 반응과 그 양면성을 담아내고 싶었다.

작품의 완벽한 대칭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그 안에서 충돌하는 신과 해충의 이미지는 자신이 느낀 혼란을 드러낸다.

어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고민을 담은 스케치로 읽히기를 바란다.

이효성 | 아카샤 그라힌 접속 장치
이 작품은 작가의 ‘포스트 카르마(Post-Karma)’ 세계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다.
예술가는 우주의 기억 ‘아카샤’와 연결된 존재를 만나고, 그 언어를 해독해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접속장치’는 주어진 카르마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대신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그 능동적 의지의 첫 산물이다.

안동권 | 로드뷰 시뮬레이션
이 작업은 로드뷰라는 시각적 아카이브의 권력 구조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로드뷰는 주기적으로 곳곳을 촬영하며 장소를 기록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흔적만 남은 채 모자이크 처리된 객체로 전락한다.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은 사실상 대규모 데이터 수집을 정당화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작가는 모자이크 처리된 풍경 속 인물을 AI 합성으로 대체해 허구의 존재로 치환한다. 이는 기업이 실재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변형·왜곡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허구가 실재를 압도하는 순간’을 가시화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흑백 인화함으로써, 가상의 인물에게 사진적 실재성을 부여하고 기업의 은폐가 현실을 대체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근대적 아카이브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자료’를 선별했다면,
오늘날의 기업 아카이브는 권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수집과 은폐를 반복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작가의 개입은 로드뷰를 단순한 정보 제공 장치가 아닌, 권력의 시뮬레이션 장치로 재인식하게 한다.

김민재 | 생동성실험
“같은 도안을 사람에게 새겨 넣는 타투는 판화일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고민을 바탕으로 AI에게 타투 도안을 생성하도록 입력했고, 그렇게 얻은 이미지를 활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작품의 과정은 의약품 개발의 ‘생동성 실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존 약의 효과를 새로운 약이 대신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처럼, 총 세 차례의 판화 실험을 통해 AI가 만들어낸 도안이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AI가 급격히 확산되는 이 시대에서 인간의 창작은 무엇으로 증명될 수 있는가.

최원지 | Point of Working Rhythm
본 작업은 판화·타피스트리·디지털 매체가 공유하는 절차적 구조에 기반해 이미지 생성을 탐구한다. 

세 매체는 모두 시간의 축적성과 반복성을 지니며,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 쌓여 결과의 표면을 이룬다. 판화의 전사성과 타피스트리의 직조는 디지털의 픽셀·코드·알고리즘으로 전환되고, 

반복 구조는 단순 복제가 아닌 의미 단위를 생산한다. 강남역 군중에서 시작되는 해당 영상은 실험적 사례로서, 집합적인 움직임이 반복과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도시의 리듬과 연결되고, 

이는 다시 한번 세 매체의 절차적 통일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판화적인 사유는 종이를 넘어 디지털 환경 속 미학적 태도까지 확장되어짐을 제시한다.

신예빈 | Archive as Form
이 작업은 아카이브의 이중적 성격, 곧 보존과 은폐에서 출발한다.
플로피디스크는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며, 판화의 판 역시 흔적을 품으면서도 종이 위의 표면만 제시된다.
작업은 이러한 간극을 실리콘의 물성을 통해 드러내며, 아카이브를 정적인 보관이 아닌 판화적 사고에 기반해 곧 살아 있는 기록의 형식으로 확장한다.